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떠나면 그 도시의 결을 천천히 느끼는 걸 좋아해. 그래서인지 다낭에 대한 기억은 유난히 또렷해. 처음 방문했을 때는 단순히 바다가 예쁘고 조용한 도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때 느꼈던 소소한 감정들이 오래 남아 있더라. 그래서 여행 기록을 남기려고 만든 베트남꿀밤에도 다낭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쌓여 갔어. 특별한 장면보다 작은 순간과 분위기가 오래 기억되는 도시라 그런 것 같아.
다낭에서의 하루는 참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이야. 아침이면 도시가 서둘러 깨어나는 게 아니라, 햇빛이 천천히 퍼지고 바람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해. 커피 향이 골목 사이사이를 따라 퍼지는 것도 좋았고, 해변 근처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 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거의 없어서, 여행자가 아니라 그저 잠시 머물러 사는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
점심 시간이 되면 도시의 활기가 살짝 올라오지만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아. 시장 근처는 늘 그렇듯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그 안에서 묘하게 정돈된 분위기가 있어. 가게 앞을 구경하고 서성이다 보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다낭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야. 조명이 조금씩 켜지고, 강을 따라 불빛이 번지기 시작하면 도시가 한층 부드러워져. 걷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분위기라서, 하루 종일 걸어도 피곤하지 않더라. 다낭은 저녁이 되면 소음보다 공기의 온도가 먼저 변하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일까, 여행 중에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이 시간대가 정말 좋았어.
여행자들끼리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밤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묻혀 나오는데, 이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어디가 유명한지보다는 실제 느낌이 어떤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더 많았어. 그 과정에서 슬쩍 다낭 불건마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건 자극적인 정보를 찾기보다는 다낭의 밤이 어떤 결을 가진 도시인지 감을 잡고 싶어서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다낭의 밤은 차분함 속에서 은근한 여유가 느껴지는 스타일이라 그런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거지.
여행을 하다 보면 결국 오래 남는 건 특정 장소보다 ‘그때의 마음 상태’인 것 같아. 다낭에서는 괜히 마음이 가벼워지고, 아무 이유 없이 편안한 시간이 많았어. 강가에 앉아 멍하니 바람을 맞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고, 조용한 카페에서 혼자 맥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정리했던 기억도 오래가는 편이야.
다낭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데도 도시가 주는 힘이 있다는 점이야. 여행지에서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 하지 않고, 대신 잔잔한 여유를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다낭을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가 나름 이해가 됐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번과는 다른 동네를 걸어보고, 지난번에는 지나쳤던 골목도 천천히 만져보듯 둘러보고 싶어. 그리고 그 경험 역시 자연스럽게 또 베트남꿀밤에 적히겠지.